모든 길을 가보라는 유혹
(4. 6. 2014)

 

경험이 우상이 된 시대를 살고 있다. 어떤 경험을 해보았느냐가 사람의 위아래를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그 곳도 안 가봤어? 이런 것 안 해봤어? 이것도 안 먹어봤어?” 나도 유럽을 다녀 와야만, 나도 루이비통을 사야만, 나도 강남에 살아야만 자신감이 생긴다. 경험의 우위가 인생의 우위가 되어버렸다.

 

목적 없는 경험은 집착을 낳는다. C. S. 루이스의 책 『천국과 지옥의 이혼』에는 예술가였던 유령이 나온다. 천국을 꿈꾸며 그림을 그렸던 예술가다. 원하던 천국 언저리에 왔다. 꿈꾸던 곳에 왔으니 천국을 즐기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그림에 집착하려 한다. 그림 그리는 일 자체에 중독된 것이다.

 

견고한 영이 조언한다. “시인이나 음악가나 예술가에게 은혜가 임하지 않으면, 자기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에 대한 사랑에서 점점 멀어져, 이야기하는 일 그 자체를 사랑하게 되지요. 아시다시피 그들은 그림에 관심을 갖는 데서 그치지 않거든요. 그들은 더 깊이 추락해서 자기 개성에 관심을 갖게 되고, 급기야 자기의 명성 말고는 아무 데도 관심을 갖지 않는 지경이 되고 맙니다.”

 

교제가 중요한가 술이 중요한가? 교제가 중요하다. 그러나 직장 상사는 술이 없으면 교제가 안 되는 줄 안다. 그래서 술 마시는 것에만 집착한다. 이것이 술 지옥이다. 경험이 중요한가 삶의 길을 찾는 게 중요한가? 길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길을 찾았는데도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느냐에만 집착한다. 이게 경험 지옥이다.

 

열심히 직장을 탐색해서(경험) 취업을 했다(천국). 그런데 괜찮은 직장 들어가서도 자기 인생에 경험이 부족한 것 같으니 사표내고 다른 직장을 탐색한다(다시 경험). 이게 미친 짓이다. 열심히 여자친구를 찾아서(경험) 결혼을 했다(천국). 그런데 결혼 하고 조금 마음에 안 든다고 다른 여자를 찾는다(다시 경험). 이게 미친놈이다.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험을 통해 하나님을 알아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모든 길을 가보라는 유혹을 버리라. 경험의 종착역에 하나님을 모셔두라. 경험의 집착에서 벗어나 하나님을 알아가는데에 집중하라. 오히려 더 유익한 경험을 하고, 더 넓은 세계로 전진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여호와를 알자 힘써 여호와를 알자 그의 나타나심은 새벽 빛 같이 어김없나니 비와 같이, 땅을 적시는 늦은 비와 같이 우리에게 임하시리라”(호세아 6:3)

 

+ Recent posts